미얀마 여행기 11_은퇴 ..

11. 은퇴​​​물갈이 설사병에 가만히 누워 화장실만 들락거릴 수만은 없었다. 또다시 검색해보니 현지 설사약이 잘 듣는다고 했다. 한국의 배탈약과는 다르다 했다. 그야말로 장 속에 있는 물을 강제로 고체로 만드는 약이라 했다. 너무 많이 먹으면 30년 간 청소하지 않은 하수구 같은 변비에 걸릴 수 있다고도 했다.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뭔가 저릿저릿했지만 결국 나오지 않게 됐다. 한 시간에 한 번 이상 갔던 화장실에 24시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장 속에 돌이 쌓이는 느낌도 들었지만 거동의 자유가 생기니 아무래도 좋았다.​바간 이후의 일정은 만달레이를 거쳐 다시 양곤으로 돌아간 후 사흘을 보내다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거였다.​‘베트남에 돌아가는 순간 다 낫겠구나.’​삶은 끊임없이 뻔하게 진행된다. 바간에서 비행기를 타고 간 만달레이의 작은 호텔에서 계속 누워 있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양곤으로 날아간 후 호텔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현지 설사약 덕분에 밥은 제때 먹을 수 있게 됐다. 양곤에서 변기에 한 번 앉았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그동안 장 속에 굳어 있던 것들을 내보냈는데, 잿빛 돌덩어리가 나왔다. 이제는 변비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베트남 공항에 도착한 순간 거짓말처럼 설사병이 나았다. 얼굴이 좀 핼쑥해지고 기운이 좀 빠졌지만 훨씬 더 자유로워졌음을 느꼈다. 다행이다.​​​“그냥 내가 노력해서 지울 수 있는 고통은 모두 없애기로 했어요.”​1년 전 쯤 나는 쾌락주의자 선언을 했다. 숙명적으로 닥칠 수밖에 없는 생명체의 고통을 제외한 많은 사회적,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겠다는 거였다. 전제조건이 필요했다.​모아둔 돈이 어느 정도 있을 것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없을 것 혹은 그들이 다 독립적인 경제주체일 것​비록 상대적인 개념이었지만 나는 이 전제조건을 충족했다(고 믿기로 했다). 경제적(생존적) 문제를 제거하니 자유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차원의 여유였다.​성공이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을 자유하고 싶은 일만 해도 되는 자유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 자유​​자유는 노는 행위에 있지 않았다. 단지 지금까지 고통을 주었던 원인들에서 탈출하면 자연스럽게 쟁취되는 것이었다. 보통 그 탈출의 과정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자신을 놓아버리는 게 그나마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쾌락주의자가 되면 보통 그 다음엔 종교에 빠지게 되는데.”​평소 훌륭한 통찰력을 보여주던 선배가 내게 반응해줬다. 나는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계획할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미얀마의 불교 유적들을 다니며 나는 1년 전 선배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그래서 예전과는 또 다르게 과거의 종교 건축이 다르게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설사 덕분에 이상의 세계에 빠지는 걸 차단할 수 있었다. 형이상학적 주제와 형이하학적 주제가 얽혀 육신을 지배했다.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정신은 신체의 한계를 초월하지 못했다.평소 주변의 상황을 말이나 글로 정리하길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설사와 변비가 겹쳐 있는 지금 내 상황도 뭔가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단어를 선정했다.​은퇴​나는 쾌락주의자도, 종교인도 아닌 자발적 은퇴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 그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사회제도가 일러준 방향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그냥 다른 방향이 있는지 보겠다는 거였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고 학위를 따고 좋은 직장에 가서 가능한 오래 높은 자리에서 일하고 은퇴한 후 힘없이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던 통념적인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이미 충분한 위기를 맞고 있는 세상에서 40대 중반의 비자발적 은퇴자들은 늘어나고 있었다. 나는 먼저 내려놓기로 했다. 당신들이 나를 자르기 전에 내가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입국신고서의 직업란에 RETIRED라고 바로 쓰게 될 것 같진 않았지만 나는 입국심사원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은퇴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 할 일은 여전히 많겠지만 그게 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법은 없는 것일 테니.​​​작은 호텔 프로젝트를 위해 베트남 행을 결정할 때 나는 이런 생각들을 (아주 잠깐) 했던 것도 같다. 물론 나를 고용한 친구는 내게 큰돈을 지급하며 일을 맡긴 거였지만, 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십여 년 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해왔던 일 덕분에, 그냥 열심히, 진지하게, 냉철하게, 그렇지만 ‘쉽게’ 일상처럼 지내면 누군가에게는 일인 일이 자연스럽게 여가처럼 이루어질 수 있었다. 남들이 알아주는 걸작을 만들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꽤 괜찮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쉬지 않고 살아왔던 짧지 않은 시간의 보상이었다.​프로젝트는 무사히 끝났다. 웬만한 사람보다는 잘 했다고 믿는다. 그건 내 실력을 과신하는 자만심이 아니었다. 단지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냉정하게 스스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잘 할 수 있는 일은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힘들 게 없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누군가를 속일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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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뭘 해도 안 되는 시기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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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9월 전기차 판매량은 9,800대로 시장 점유율 34. 차를 생각하는 마음이 엄청났던 여봉봉 이었는데 5년이 넘어가니 그 마음이 예전같지가 않은가봐요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핸들커버만 봐도 알 수 있겠더라구요 늘 커버를 끼워왔지만 마지막 커버를 보내고 그 뒤로는 불편해도 그냥 운전을 하길래 날도 서늘해지고 부드러운 감촉의 스웨이드 핸들커버 마련해줬어요. 생생정보를 알려드리고 싶어 몇자 적어봅니다. 8-4) : 컨테이너 단층 건물임. 2개의 단위만 표시되고, 예전의 아이팟 모양의 본체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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